무지성 유럽뽕은 왜 위험한가 [리뷰] <헤겔, 아이티, 보편사> <헤겔, 아이티, 보편사>. 이름부터 알쏭달쏭 간지가 폭발하는 이 책은 수잔 벅모스라는 사회학자가 쓴 일종의 팩트폭행용 흉기입니다. 제목이 약간 난해하니까 하나씩 풀어볼까요. 우선 헤겔은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이고, 아이티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입니다. 좀비 덕후 정도가 이 나라를 부두교와 연관해 겨우 기억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국 사람들은 왜 트럼프에 쉽게 끌렸나 [리뷰] <미국의 반지성주의>, 리처드 호프스태터 최근 재밌게 읽은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 이 책은 미국 사회가 왜 뿌리 깊은 반지성주의적 경향을 가지게 됐는지를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미국은 칼빈주의 청교도들이 세운 국가인만큼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성경 문자주의와 복음주의 신앙, 종교적 근본주의 등이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서울요? 30대가 지나면 ‘이제 그만 나가’라고 하는 도시죠” [인터뷰] 최지수 일러스트레이터 흰 종이 위에 길이, 폭, 높이를 나타내는 세 직선을 교차시키니 공간이 생겨난다. 시멘트로 만든 건물과 간판, 보도블록과 도로, 나무, 사람을 한쪽 귀퉁이부터 꼼꼼하게 그려나간다. 여행과 일상을 통해 도시 공간을 관찰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최지수 작가의 작품 세계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작은 서사들로 서로 얽혀있다. 도시에
"먹물과 쇳밥을 잇는 글쟁이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쇳밥일지> 저자, 천현우 작가 언젠가부터 청년담론을 말할 때 자주 보이는 이름이 있다. 용접 노동자 출신 기자 천현우 작가다. 1990년생인 그는 ‘요즘 노동자’다. 경남 마산의 실업계 고등학교인 경남전자고를 졸업했고, 대학 2학년 때 실습 나간 창원 공단의 한 하청기업에서 산업재해 사고를 당했다. 2015년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지원을 받아 용접자격증을
왜 ‘골리앗’ 푸틴과 싸우냐고? “지금 안 싸우면 또 지배당해요” [인터뷰]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시간은 상대적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 깜짝할 새 가는 시간이,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는 지옥처럼 더디게 흐른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지구에서 가장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중 하나다. 지난 2월 24일 이곳을 무력 침공한 러시아는 키이우,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들을 포위하고 무차별 포격을 쏟아붓고 있다. 3월
갑질 만연한 한국사회? 전국민이 공범이죠 [인터뷰] <풍문으로 들었소> 안판석 PD “사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전체를 다시 찍고 싶어요. 시청자의 영혼을 흔들어놓지 못했어. 관객이 숨도 못 쉬고 일주일동안 드라마 생각만 나도록 만들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차분한 중저음 음성. 만화 대사에나 나올 것 같은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데 이상하게 오글거리지 않는다. ‘드라마에 너무 많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