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당기려는 미국, 그리고 비트코인

미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정리하면서 러시아를 강하게 끌어당길 모양이다.

러시아의 약점은 경제발전에 필요한 산업 기술이 낙후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몰빵되어 있는 농업도 세계 1위의 밀 수출국이지만 농업 기계화율(트랙터 작업률, 2022)은 78%밖에 안 된다. 밀, 감자 육류 등의 기본 식량품목 자급자족은 2024년에야 겨우 달성했다.

석유 등 에너지 자원도 매장량은 넘치지만 정유 시설은 낙후되어 있어서 정작 정제유의 30%와 항공유의 45%는 다른 나라에서 땡겨온다. 민간 부문 반도체 수입 의존도는 92%에 달하며, 최근 몇 년 동안은 국제 제재로 이조차도 중국에 겨우 의존해왔다. 여러 모로 다양한 산업군에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이 러시아에 혹할만한 제안을 하기가 비교적 쉬운 상황이다.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이유는 충분하다. 우-러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의 상호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러시아 땡기기를 한다면 그 첫 번째 이유도 역시 중국을 엿먹이기 위함일 것이다.

어디가 가장 아플까. 중국이 러시아랑 친해져서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에너지 수급이다. 중국의 에너지 자급율은 2024년 기준으로 85% 정도로, 과거보다는 많이 바다에서 원유를 뽑아올리고 있는데, 이걸로 충당할 수 있는 건 국내 사용량의 34% 정도이고 고품질 원유는 어쩔 수 없이 러시아나 중동에서 사와야 한다. 중국은 원래 전체 석유 수입량의 15% 정도를 러시아에서 시작하는 파이프라인 석유에 의존해 왔으며, 우-러 전쟁 이후 지난 3년 동안에는 갈 곳이 없어진 러시아산 원유를 국제 시장보다 싼 가격에 4배 더 샀다.

친환경 발전원으로 사용되는 천연가스 같은 경우에는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답이 없는데, 러시아에서 생산된 가스를 육로로 옮길 수 있도록 베이징을 거쳐 앙쯔강까지 가스관을 이어놨다. 최근에는 시베리아에서 몽골을 거쳐 천연가스를 가져올 수 있는 두 번째 가스관 건설을 놓고 러시아와 협상 중이었다.

러시아는 막대한 중국 생산력을 디플레이션 없이 해외로 밀어내기는 창구로도 요긴하게 활용됐다. 중국의 대러 수출은 우-러 전쟁 이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2023년에는 다른 주요국들에 대한 수출액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대러 수출액은 전년 대비 46.9% 증가하는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러니까 미국이 러시아를 지금 땡겨오면 중국을 여러모로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 기존에 중국이 누리던 큰 이점 두 가지를 끊어내면서 미-중동-러시아 원유 깐부라인을 완성해서 국제 기름값을 불안하게 만들고 관세 협상의 묘를 극대화시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그다지 달갑지 않은데, 왜냐하면 비트코인의 존재감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최근 스위프트를 우회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금융망에 대한 필요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고, 브릭스 국가들을 대상으로 권역 암호화폐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당장 이렇게 사용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가 비트코인이다)

이제 세계의 블록화가 진행될 것은 명확해보인다. 미국 반대편에 서는 블록의 리더가 러시아가 됐다면 글로벌 단위로 디지털자산 분야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이 자리에 서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중국은 자산유출 이슈가 크기 때문에 탈중앙성을 갖춘 금융망을 도입하기 쉽지 않다. 비트코인의 미국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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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 L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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