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중고 캐리백 구매자의 기쁨과 슬픔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매년 여름과 겨울에 일정 수량 이상의 제조 음료를 사먹는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 상품을 증정하는 'e프리퀀시' 행사를 해왔다. 올해 여름에는 증정품 중에는 여행용 가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최근 여기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어 화제다.
e프리퀀시 행사를 통해 증정품을 받기 위해서는 약 2달 정도의 기간 내에 스타벅스에서 약 5만원 상당의 커피를 사먹어야 한다. 이미 몇 해째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증정품을 받기 위해 커피를 구매하는 마니아들도 있을 정도로 스타벅스코리아에게는 상당히 비중이 있는 행사인데, 올해 증정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7월 28일 사과문을 배포하고 보상책을 공개했다. 주요한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기존 발암물질 검출 가방은 매장에서 전량 회수한다. 사용을 했든 안 했든 가방을 가져다 주면 아무 음료나 마실 수 있는 쿠폰을 3장 증정한다. 그리고 e프리퀀시를 모아 가방을 수령했던 기록이 있는 스타벅스 계정에는 차후에 새로 만든 가방을 받아갈 권리 혹은 스타벅스 3만원 상품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발암물질 검출된 스타벅스 이벤트 증정품...개당 5만원 상당 보상하기로
이런 보상책은 비슷한 업종에 속해 있는 국내 기업들의 사고 후 대응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축에 속한다. 사실상 가방을 수령해 간 고객들마다 5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배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올해 이벤트 참여자들은 공짜로 커피를 수십잔 마신 셈이 됐다. 실제로 소비자들도 대체로 나쁘지 않다는 반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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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화제는 중고거래 영역에서 나왔다.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 증정품은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나중에 보상으로 지급하는 스타벅스 3만원 상품권이 누구 것이냐는 물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당근마켓에서는 증정품인 가방 실물도 거래되고, 실물 가방을 교환할 수 있는 e프리퀀시 완성본도 거래된다. e프리퀀시 완성본은 가방을 가질 수 있는 일종의 등기 문서 같은 성격이라고 보면 되겠다. 전자의 대략적인 가격은 개당 15000원 선. 후자는 12000원 선이다. 실물 가방이 완성본보다 비싼 이유는 교환을 위해 직접 스타벅스 매장에 방문하는 수고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 보상책에 따르면 완성본을 구매한 사람이 더 많은 이득을 보게 됐다. 당근마켓에서 가방을 구매한 사람은 살 때 더 비싼 값을 치르고, 발암물질 위험까지 직접 겪었음에도 음료수 쿠폰 3장(2만원 상당)만 수령할 수 있다. 완성본을 샀느냐, 가방을 샀느냐에 따라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셈이다. 어쩌면 이런 측면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증정품 가방을 받아 중고 시장에서 처분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일찌감치 현금 15000원을 챙기고, 나중에 스타벅스 3만원 상품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당근'에서 산 가방으로는 보상 제대로 못받나요?
뜻하지 않은 발암물질 사고가 벌어지면서 재미있는 상황이 빚어졌지만, 취지를 생각해보면 중고거래에서 물건을 인수한 쪽이 보상인 스타벅스 3만원 상품권도 가져가는 게 정당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발암물질의 위해성 때문에 증정품 수령자에게 보상을 해준다면, 중고 판매자도 중고 구입자에게 동일한 보상을 하는 게 상도의상 사리에 맞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고거래 등을 통해 물건을 살 때, 공인된 판매자로부터 그 물건을 정당하게 구입했다는 이력을 따로 구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잘 떠올리지 못한다. 명품 시장에는 흔한 사고방식이다. 요즘은 초 고가의 명품이 아니라 나이키 같은 대중적인 의류 업체들도 블록체인과 NFT등을 활용해 진품 인증서를 발급한다. 이는 가장 쉽게 충성 고객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점점 커지는 리셀러(재판매)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창구로도 활용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스타벅스 코리아도 NFT나 블록체인 토크노믹스를 도입하기 적합해보인다.
앞으로는 물건을 살 때, 실물과 그 물건의 구매 이력을 쪼개서 값을 정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당장 스타벅스는 평년처럼 올 겨울에도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또 진행할 것이다. 당근마켓으로 쏟아질 증정품들의 중고 가격이 어떻게 매겨질지 궁금하다. 지금까지처럼 실물 가격이 높을까. 아니면 구매 이력이 담긴 e프리퀀시 완성본의 가격이 높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