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나의 위상과 미래

어디가서 "코인이 전 세계에 몇 종류 정도 있는 것 같아요?"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이 답을 잘 못한다. 1만종? 5만종? 아니 더 많아? 그럼 10만종 정도요? 정답은 2025년 1월 기준으로 3700만종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최근 발행된 무의미한 밈코인이다. 그리고 코인판을 이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솔라나다.

어디가서 "코인이 전 세계에 몇 종류 정도 있는 것 같아요?"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이 답을 잘 못한다. 1만종? 5만종? 아니 더 많아? 그럼 10만종 정도요?

정답은 2025년 1월 기준으로 3700만종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최근 발행된 무의미한 밈코인이다. 그리고 코인판을 이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솔라나다.

시기별 전세계 코인 숫자와 그것들이 속해있는 블록체인 @Binance

이 그래프는 바이낸스 리서치에서 공개한 것인데, 보다시피 2021년 상승장까지만 해도 코인이 10만~20만종 정도였다. 그러다가 솔라나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신규 발행 코인이 솔라나 위에서 만들어진다. 솔라나 블록체인은 속도가 매우 빠르고, 수수료가 건당 0.02달러 수준으로 아주 저렴하기 때문이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시장은 아마 코인을 안 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투전판이나 도박판처럼 보일텐데(본질을 잘 본거다), 과거에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디파이 활동이 많이 이뤄졌다. 문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거래 처리속도가 느리고, 사람들이 거래를 많이 하면 수수료가 급등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심하면 1회 전송에 수수료가 5만원~10만원씩 했으니, 수수료 내다가 도박 자금 다 E날려버릴 판이었던 것.

당연히 '야 좀 싸고 빠릿빠릿한데 없냐'는 시장의 니즈가 생겼고, 솔라나 블록체인이 관광도시 신시가지 느낌으로다가 점점 각광을 받게 됐다. 그러다가 전세계적 인기를 모으는 기가 막힌 도박 종목이 하나 등장했으니, 그게 바로 밈코인이다.

왈왈

밈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검색하다 보면 커뮤니티의 가치를 어쩌고 하는 얘들이 있을텐데. 그거 귀담아들으면 말린다. 그냥 본질로 접근하는 것이 빠르다.

모든 투자상품은 본질적으로 내러티브와 펀더멘털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가령 테슬라 같은 경우, 1분기에 매출이 얼마 나오고 차를 몇 대 팔고, 순익이 얼마 나왔네 하는 부분이 기업과 주식의 펀더멘털에 해당한다. 반면 '일론머스크가 얼마나 실행력이 높은 천재고, 인류는 언젠가는 전기차로 다 갈아탈수밖에 없으며, 몇 년 뒤에는 스타링크 뉴럴링크 같은 머스크 소유 기업들과의 연계기 크리티컬이 폭발할거니 지금 사야한다' 같은 게 내러티브다.

코인은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펀더멘털적 요소가 거의 없다. 특히 발행 초반에는 내러티브적 요소와 시장 유동성에 따라 가격이 많이 좌우된다. 그래서 과거에는 코인 내러티브를 짜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왜 사야 하는지 설득이 되어야 사람들이 코인을 사니까. 근데 밈코인은 뭐냐면, '우리 그냥 이거 내러티브가 있다 치자'면서 나온 신박한 발명품이다. (이게 커뮤니티 가치가 어쩌고의 본질이다)

자. 내러티브가 있다고 쳤으니까, 이걸 왜 사야 하는지는 그냥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남은 고려 대상은 유동성 뿐이다. 그래서 밈코인은 오로지 유동성에 따라서 가격이 좌우된다. 그래서 손이 빠르고 촉이 좋고 돈이 많은 놈이 이기는 일종의 도박 경기인 셈이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솔라나를 욕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도박장이 망하지 않는 것처럼, 2025년 코인판의 도박장을 자처하고 있는 솔라나 역시 웬만해서는 망하지 않을 블록체인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탈중앙화거래소(DEX)의 거래량을 보면 이 같은 분위기는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솔라나와 이더리움의 DEX 거래량 비교 @Binance

위 그래프를 보면 11월부터 솔라나가 거래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왜 그런 거냐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때문이다. 그의 당선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이 빠르게 치솟았고, 솔라나 기반 밈코인 가격도 동반 급등했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 이틀 전에 솔라나 블록체인 위에서 본인 밈코인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1월 25일 거래량 수치가 전월 대비 2배 증가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트럼프가 자기 '공식' 밈코인을 홍보할 때 썼던 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솔라나는 2025년에 꽤 가격 전망이 좋은 편이다. 올해의 상승 재료 중 하나가 알트코인 ETF 승인인데, 아래 장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솔라나는 이미 현물 ETF 6개, 선물 ETF 3개, 레버지지 ETF 1개가 SEC에 접수되어 있다. 이것들은 모두 제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SOL 코인의 수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SEC에 신청이 접수된 암호화폐 ETF 종류 @Binance

문제가 있다면 지금의 SOL 가격에는 이미 이런 요소들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밈코인 거래량이 지금보다 줄거나, 밈코인 거래량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시중 유동성이 줄거나, 트럼프 공식 밈코인 가격이 빌빌거리거나, 미국 정부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도박성이 짙은 밈코인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를 내놓거나 하면 솔라나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대로 연준이 금리인하를 남발하고,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우상향 해준다면 종목마다 부침이 있을지언정 밈코인 섹터 시총은 유지될 것이고, 솔라나 가격도 특히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겠다. 즉, 솔라나는 당분간 밈코인과 그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이런 특성은 정통파 레이어1 블록체인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족쇄이긴 하지만, 솔라나가 짧은 시간에 거기서 벗어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Disclaimer: 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니며,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암호화폐 투자는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므로, 투자에 신중해야 합니다.

Subscribe to 3년후 연구소

Sign up now to get access to the library of members-only issues.
Jamie Larson
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