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칼날 휘두르는 트럼프...'경제 전쟁' 시작됐다
[트럼프 시대①] 관세와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경제력 쟁탈전

미국이 안 하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갖가지 행정 명령을 쏟아내며 국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맺어왔던 합의나 조약은 무시하고, 전세계 국가들을 향해 자기 마음대로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면서 미국의 강력함을 뽐냅니다. 마치 온 힘을 다해 미국이 지금까지 자처해온 '세계의 경찰' 역할을 내려놓겠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오늘 글은 [트럼프 시대] 시리즈의 첫 순서로, 최근 70년 동안 세계 질서가 대략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이고, 트럼프의 미국은 왜 갑자기 이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탐구해 봅니다. 아울러 향후 3년 정도의 기간 동안 트럼프가 휘두르게 될 또 다른 무기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 평화와 협력, 경쟁의 공존
예로부터 국가의 영토는 자원, 인구, 군사력을 포괄하는 ‘힘의 원천’이자, 국가의 정체성과 주권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였습니다. 과거에는 타국의 영토를 점령하고 그곳의 인구를 예속시키는 것이 국력을 강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였지요.
그러나 무기 기술의 발전과 함께 모든 것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화약, 총기에 이어 기계화 무기가 등장하고 전쟁의 파괴력과 비용이 급증하면서, 영토 점령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수백만명이 전장에서 사망했고, 영토 점령을 목적으로 삼는 국가 간 전면전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의 등장은 전면전의 파괴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며 강대국 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상호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를 현실화했습니다.
이후 국제 사회는 영토 쟁탈전을 불법화하고, 평화적인 분쟁 해결과 국가 주권 존중을 핵심 가치로 삼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강대국들은 군사적 충돌보다는 자유 무역, 기술 발전에 매진하는 것이 국력 발전에 더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이 1, 2차 세계 대전의 참혹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면서 국제 협력의 필요성과 국제 질서 재편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1919년,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베르사유 조약과 함께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이 창설되었고, 집단 안보 체제 구축이 처음으로 시도되었습니다. 1928년 켈로그-브리앙 조약(Kellogg-Briand Pact)은 전쟁을 국가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불법화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에는 유엔(UN)이 창설되어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 국가 간 우호 증진, 국제 협력 증진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유엔 헌장은 무력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자위권, UN 안보리 결의에 따른 강제 조치)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국가 간 영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법적 메커니즘을 제공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전쟁 범죄, 집단 학살 등 국제법상 심각한 범죄에 대한 개인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모두 평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입니다.
평화 체제에 대한 강화는 주요국들의 합의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철학적인 측면에서도 힘의 논리로 약소국을 침탈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 전후, 보편적 인권과 국가·민족 자결권 논의가 국제 사회에서 큰 지지를 얻은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게 인권을 가지며, 식민 국가와 지배 국가가 따로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은 영토 팽창주의를 약화시키고, 국가 주권 존중의 원칙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평화와 협력이 강조되는 2025년의 국제 질서가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 기원을 살펴보는 이유는 세계 각국이 전쟁 반대와 평화 유지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고 있지만, 그 동의가 완전히 동일한 이해관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기 위해서입니다. 약소국은 평화 유지를 통해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이 편을 선택하지만, 강대국은 큰 전쟁과 영토 점령전의 비효율성을 인지하고 전략적 판단 하에 평화를 선택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오늘날 국제 사회가 영토 침략과 강제 병합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침략 국가에 대해 경제 제재, 외교적 고립, 국제 재판 회부 등 다양한 형태의 압력을 가하고 있음에도 1931년 만주사변, 1935년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략,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영토 침략 사례가 간헐적으로 등장했던 이유입니다.
인류사를 살펴보면 평화는 자동으로 구현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유지됩니다. 만약 강대국이 막대한 비용과 인력 부담 없이 타국의 국력을 약화시키고 자국의 이익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갖게 된다면, 그때에도 현재의 국제 질서는 유지될 수 있을까요? 장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다른 나라 경제력을 납치...새로운 '경제적 제국주의'
20세기 후반부터 국제 사회는 ‘경제전(Economic Warfare)’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경제전은 본래 적국의 경제력을 약화시켜 전쟁 수행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을 의미했으나, 냉전 종식 후에는 군사적 수단 대신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여 국가 간 영향력을 확장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광범위한 전략적 경쟁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초기 경제전은 경제 제재, 무역 분쟁, 환율 전쟁 등 국가 대 국가 간 명확한 경계가 존재하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디지털 기술 발전과 세계화 심화는 자본, 상품, 정보, 노동력의 국경 간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었고, 경제전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사이버 공간과 데이터가 새로운 가치 창출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금융, 기술, 지식 산업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경제적 영향력, 기술 경쟁력, 금융 지배력 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무형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싸움이 경제전의 새로운 전장이 된 것입니다.
과거 영토 전쟁 시대에는 영토 점령 후 식민지화를 통해 자원, 노동력 등을 확보했지만, 현대 경제전에서는 영토 점령 없이도 타국 인구의 경제력을 자국 시스템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특정 국가의 영토를 직접 점령하거나 국민을 물리적으로 지배하는 대신, 경제적 영향력을 통해 타국 인구의 경제 활동과 부를 자국 경제 시스템에 강하게 통합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국의 경제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는 누리면서, 정부가 응당 져야 할 사회 서비스나 책임은 타국 정부에게 미룰 수 있습니다. 현대판 경제적 제국주의(Economic Imperialism)라고나 할까요. 이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경영 방식과 일견 유사하지만, 식민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반발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더욱 발전된 형태입니다. 과거 식민주의가 군사적 강압에 기반했다면, 현대판 경제적 제국주의는 경제적 유인과 시스템 통합을 통해 타국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더욱 교묘하게 작동합니다.
현대판 경제적 제국주의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력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기축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통화는 단순한 교환 수단을 넘어 경제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합니다. 기축 통화는 국제 무역, 금융 거래, 외환 보유의 중심 통화로 사용되며, 기축 통화 발행국은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20세기 중반 이후 달러를 기축 통화로 구축하여 세계 경제를 자국 중심으로 연결하고, 패권적 지위를 유지해왔습니다. 브레튼우즈 체제, 페트로 달러 시스템, 워싱턴 컨센서스 등은 모두 달러 패권을 강화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적으로 선택했던 결정들이었습니다. 달러 패권은 미국 경제 성장과 번영의 핵심 동력이자,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달러 패권에도 한계는 존재했습니다. 달러 패권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 안에서는 그 힘이 사그라든다는 것이죠. 각국은 자국 통화를 발행하고, 자율적인 경제 정책을 통해 달러 패권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었습니다. 평화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강화되었던 국가 주권과 자결권이라는 국제 질서의 기본 원칙이 달러 패권의 무제한적인 확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달러 패권이 개별 국가에게 아주 일방적이고 심대한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2기 정부의 시작과 함께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라는 물건이 급부상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바뀌고 있습니다.
미국은 왜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하려 하는가
스테이블코인이란 법정화폐와 1:1로 가치를 연동시켜 안정성을 높인 디지털 자산으로, 대부분 미국 달러화에 가치가 연동되는 형태로 발행됩니다. 달러화 가치를 보존하는 비결은 믿을 만한 금융 기관에 담보금을 맡겨놓는 것입니다. 담보금으로는 미 달러화 현금이나 단기 미국 국채가 활용되고, 딱 그만큼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달러의 안정성과 암호화폐의 편리성, 탈중앙성이라는 장점을 결합되어, 국경을 초월하는 디지털 결제 및 거래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높은 수수료, 느린 결제 속도, 복잡한 절차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특히 금융 소외 계층에게 새로운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경제적 제국주의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위험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달러화가 아니지만 가치적으로는 달러화와 다름 없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법적인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 각국의 외환 규제를 우회해 소매 시장으로 파고들수 있습니다. 자체적인 송금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가가 은행망을 제어하듯 손쉽게 제어하기도 어렵습니다. 국가 경제 생태계의 핵심인 소매 시장에서 현지 통화와 결제수단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AI 열풍으로 2024년 세계의 투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일제히 쏠렸습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외면 받았지요. 한국의 원화 가치는 2024년 말부터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은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외환투자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이 현지 국가에서 통화 가치 하락, 자본 유출, 자금세탁 및 탈세, 금융 시스템 불안정성 심화 등의 부작용을 복합적으로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길항적으로는 글로벌 달러 패권을 상당히 강화하는 효과를 발생시키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식적인 미국의 법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해킹이나 예치금 부족 등의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 정부의 책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확산시킬수록 얻을 것은 많고, 잃을 것은 거의 없는 셈입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의 침투는 시작되었습니다. 2024년 10월 한국경제 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무역 결제의 10% 가량이 벌써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대중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이 상당히 생소한 나라임에도 말이죠.(이후 기획재정부에서 10%까지는 아니고 3.4%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반박 자료를 냈었지만, 3.4%도 충분히 높은 수치죠)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여 달러 경제권을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하고, 전 세계 인구의 경제 활동을 달러 시스템 안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디지털자산 전략을 책임지는 '크립토 짜르'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COO는 2024년 2월 5일 관련 기자회견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성화가 트럼프 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하려면 규제 및 관리 내용이 담긴 법안이 연방 의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빌 헤거티 상원의원이 발의한 GENIUS Act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법안은 시가총액 100억달러 이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규제를 간단하게 가져가고, 특히 비은행사업자들에게도 발행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크립토 짜르가 직접 최우선 과제임을 밝힌 만큼,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미 기준금리 선물 시장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내년 말까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4%대 중금리가 계속 유지된다면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상당한 매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예치금을 미국 국채로 구성하는 만큼,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 중 일부를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한 상품인 토큰화 펀드 비들(BUILD) 토큰 보유자들에게 일일 배당금 형태로 이자 수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메타(구 페이스북). 엑스(X), 애플, 구글, 테슬라 등의 'made in USA' 기업들이 글로벌 비지니스에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다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사용할 것입니다. 달러나 다름없는 가치를 가지는데다, 결제도 할 수 있고, 보유하고 있으면 이자도 붙으니까요.

트럼프 시대 전쟁의 무기: 관세와 스테이블코인
정리해 보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규모 전쟁이 억제되었던 주요 요인은 평화와 국제 협력의 효용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영토 점령 방식의 전쟁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인식이 국제 사회에 확산되었고, 상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제 전쟁에서는 군사적 전쟁이 가진 단점이 상당 부분 해소됩니다. 하지만 기존 국제 질서 하에서는 경제 강국이라도 일방적인 이익 추구를 제약 받았습니다. 국가 주권과 자결권이 존중되는 국제 규범 속에서 달러 패권을 가진 미국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 기술을 이용하여 각국의 경제 주권 방어막을 우회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달러화의 글로벌 사용을 확대하고 미국 국채 수요를 늘리는 명확한 효과를 불러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빠르면 1년 이내에 기축 통화 확장을 통한 통화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역시 새로운 경제 쟁탈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미국-캐나다, 미국-멕시코, 미국-콜롬비아 등의 협상 사례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 자체로 실질적 세수를 노리기 보다는 관세 협상을 빌미로 각국의 경제 주권을 압박하고, 양자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의제를 관철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 협상에서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핵심적인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죠. 이는 2차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국가 자결권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노골적으로 건드린다는 측면에서 근원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런 작업들을 통해 국가 자결권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인 경제적 점령전에 앞서, 장애가 될 수 있는 지점들을 미리 제거하는 셈입니다.

만약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개별 국가의 주권이 존중되는 현재의 국제 질서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점차 후퇴할 수 있습니다. 각국이 관세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고 미국에 휘둘릴 경우, 미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넘어 정치적, 외교적 영향력까지 확대하며 ‘영토적 제어권’을 요구하는 지경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그린란드, 가자 지구 등 글로벌 전략적 요충지에 대해 내놓고 있는 비상식적인 발언들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결국 트럼프 시대의 전쟁은 '관세를 도구로 한 주권 침해', '스테이블코인을 무기로 한 달러화 종속 가속화' 두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는 새로운 국제 질서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선전포고의 의미입니다. 정말 강력한 경제적 침탈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러시아, 중국 등 지역 강국은 관세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경제 생태계 포획 시도는 이들 나라들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공격은 근원적으로 자본, 소비, 노동력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기술의 발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미국이 아니라 미국 생태계로 자산을 이전하고 싶어하는 자국 국민들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우선 빠르게 유럽연합처럼 달러화 스테이블코인 국내 유통 금지를 법제화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외교와 협상의 묘를 살려서 최대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자본 유출이 발생하는 상황을 방어할 수 있는 요소들을 미리미리 쌓아가야 할 것입니다.
Disclaimer: 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니며,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암호화폐 투자는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므로, 투자에 신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