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쟁'이 정말로 물가를 폭등시킬까?

트럼프 관세 전쟁 영향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미국의 물가상승률 증가 얘기다. 지금은 좀 잠잠하지만 이것 때문에 10년물 미국채 수익률이 폭등하면서 주식시장에도 큰 부담을 줬었지...하지만 정말 그럴까?

트럼프는 대통령 임기 1기 때도 기상천외한 대중국 관세 전쟁을 벌인 전력이 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니 당연히 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에서 2019년 10월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다소 결과가 의외다. 결론만 짧게 말하면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수입품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18~2019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는 거의 완전히 미국 수입업자가 부담하는 형태로 반영되었다. 즉, 관세의 비용이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수입업자에게 전가됐다는 얘기다. (중요: 중국 수출업체들은 가격을 낮추지 않았다)

NBER WORKING PAPER SERIES, TARIFF PASSTHROUGH AT THE BORDER AND AT THE STORE: EVIDENCE FROM US TRADE POLICY

가령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관세로 인해 증가한 비용을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보다는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연구에 따르면, 20%의 관세가 부과된 제품의 경우 소매 가격 상승률은 평균 1% 내외에 불과했다.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 미국 유통기업들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제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관세 영향을 회피했으며, 가능한 품목들은 선구매 등의 방식을 활용해 영향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소비자 물가 영향은 관세보다는 환율 변동에 훨씬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묻혔다.

그럼 진짜 이게 아무런 악영향이 없냐. 그것은 아니다. 연준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고관세 부과 같은 뜬금없는 정책을 펴면 해당 산업의 기업 투자가 일시정지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불확실성이 크니까 투자가 말라붙는 것이다. 그러니까 관세를 이렇게 무식하게 때리면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군의 기업이 돈을 못 벌고, 투자까지 지연되면서 침체에 빠지는 효과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미국 물가가 폭등할 가능성은 오히려 적다고 본다.(아주 소수의 투자 전문가들이 관세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디플레 가능성을 지적하는데, 나는 그 편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트럼프는 그 핑계로 금리 내리자고 말할 놈...물론 관세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제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 왜 신문이고 방송이고 경제 전문가들이 나와서 고물가 예상을 내놓고 있느냐. 다들 그렇게 얘기를 하고, 또 그것이 머랄까. 약간의 인지상정 논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냥 경제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도 왠지 그럴 것 같잖아. 현재는 그 의견을 내는 것이 '안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물가를 관장하는 연준에서도 그렇게 단언하지 않는다. 시카고 연은 총재인 오스틴 굴스비는 여러 차례에 걸쳐 관세가 물가를 상승시키지만 그 영향은 일시적이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있다. 이 사람, 트럼프 관세로 가장 개 피보는 지역인 시카고 연은 총재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굴스비형...

물론 2018년 대중국 관세 전쟁과 트럼프가 오늘 촉발시킨 멕시코-캐나다 25% 관세의 양상은 약간 다를 수 있다. 중국에 비해 무역 거리가 짧고, 그 때문에 다른 나라로 조달을 우회할 가능성은 훨씬 적다. 하지만 나는 그것 때문에 미국 보다는 두 나라, 특히 멕시코가 상당히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멕시코가 견뎌야 하는 손해가 너무 크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이 난리를 피워서 무엇을 얻어내느냐일 것이다. 그가 무언가를 얻어낸다면 그와 비슷한 전리품을 챙겨줄 다음 나라는 한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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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 L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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